성수동 수제화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기업 ㈜신발연구소 / 이서연

관리자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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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수제화는 여러 장인 선생님들이 수십 년간 활동하셨기에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급변하고 있으며, 성수동 수제화 역시 급변하는 세태에 발맞추어 움직여야 현재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발연구소의 박기범 대표는 현재 소비 행태의 흐름에 맞추어 성수동의 전통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으로, 수제화 판매에 혁신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다음은 박기범 대표의 진솔한 견해가 담긴 일문일답입니다.
eb54614dc6942.png㈜신발연구소 박기범 대표

Q: 인터뷰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발연구소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발연구소는 크게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지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로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1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잉여 구두를 바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유명 신발 브랜드는 백화점에서 신발을 판매하려면 백화점 측에 거액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백화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잉여 구두를 직접 판매하여 불필요한 수수료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유명 브랜드의 제품 기획·생산관리·입고까지 위탁하여, 브랜드의 창고에서부터 직접 구두를 가져와 소비자 개개인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ᅠ 어떻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ᅠ어떻게 마케팅하며, 어떻게 이윤을 창출할 것인가 하는 계획 또는 사업 아이디어. [출처: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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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연구소 쇼룸에 진열된 구두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은 ‘맨솔’로 구두 맞춤 서비스입니다. 남성들에게 있어서 구두는 패션을 뛰어넘는 생필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남성용 구두는 남성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타인(부인, 어머니)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맨솔은 역발상하여 남성 소비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니즈를 파악했습니다. 고객이 평소에 즐겨입는 옷, 이미지, 기존에 신던 신발의 모양새를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구두를 디자인, 제작, 판매했습니다. 컨시어징(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것)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여러 고객을 만나 데이터를 구축했으며, 구축된 데이터를 토대로 유사 고객에게 비슷한 큐레이션을 했습니다. 저희는 신발을 직접 제조하지는 않지만 장인과 고객들을 직접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신발 디자인도 담당합니다.


Q: 쉽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인 것 같네요. 이렇게 어려운 사업일지라도 사업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희 집안이 대대로 구두 제조 사업을 하던 집안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구두를 보며 자랐고, 제 첫 직업은 구두회사 머천다이저(MD)였습니다. 일을 하면서 ‘제조와 소비재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깨달았습니다. 소비재인 구두를 보고 제조의 매력을 느꼈어요. 신발 제조가 신발 산업에서의 가장 기초인데, 사실 문제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문제점이 더 많아 더욱 절실히 뛰어들고 싶어요.

e866f5490e8a1.png신발연구소 쇼룸 내 모습 1

Q: 구두, 신발 관련하여 성수동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 곳에 무언가 집약적으로 모여 있기가 어려운데, 성수동에는 신발 관련하여 유통·부자재 판매 등에 참여하는 수많은 업체들이 있습니다. 클러스터 지역이 형성되어 있으며 일반인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어요. 사실, 어느 지역이 특정 물품으로 널리 알려진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소비자들이 조금은 인지하고 있으셔서 소비자와의 신발 제조 장인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이 성수동의 장점입니다.


Q: 대표님도 학업을 마치자마자 대표를 하신 것은 아니신데, 혹시 대표로 재직하기 전과 대표로 재직한 이후의 차이가 있을까요?
구두 사업에 참여한 이후로 신발이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렸으며, ‘신발’이라는 현재 사회의 가치사슬 안에서 여럿이 상생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처음 만나도 신발을 가장 먼저 보며, 운영하는 기업 ㈜신발연구소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합니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신발연구소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원활히 만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발연구소는 향후 IT 기업으로 자리잡히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신발 수요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빅데이터화하여 시대의 변화에 앞장서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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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연구소 쇼룸 내 모습 2

Q: 혹시 현재 ㈜신발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으세요?
성수동 내 사단법인이자 사회적기업인 곳이 있는데, 그 곳과 협업하여 소비자가 신발을 구매하면 구매 금액의 일부분이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이도록 하는, 신발 제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신발연구소가 성수동의 다른, 신발 관련 기업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저희가 ‘맨솔’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 맞춤형 구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이 맥락에서 더 나아가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구두라는 것도 트렌드가 있게 마련인데 과거 제조업체는 소비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습니다. 공장, 원부자재, 신발 샘플, 현재 유통되는 신발,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의 구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구축하고 있습니다.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분석합니다.
3399f9fba2324.png신발연구소 쇼룸 내 모습 3

Q: 요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참 힘든 시기 보내고 계실 텐데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신발 관련 업체가 겪을 변화로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신발 관련 산업 역시 비대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공급업체로부터 원·부자재를 구매하여 생산, 보관, 판매 및 대리점, 고객에 이르기까지의 물류 흐름이 비대면으로 전환된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에 대한 개념 또한 변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더불어 과거에는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브랜딩을 했다면, 현재는 개인이 SNS를 통해 제품 생산·유통·브랜딩을 하는 추세인데, 이런 움직임이 강화될 것 같아요.


Q: 신발연구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세계 시장에 신발을 판매해서 전세계 인구 5%의 신발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전세계 신발의 82%가 아시아 대륙에서 생산되니, 아주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원대한 목표인데,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혹시 신발을 판매하는, 대표자가 지녀야 할 자세가 있을까요?
과거의 저는 신발의 유통만 살펴보았지만, 지금은 전체적인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신발 산업에 뿌리내린 전반적인 문제들을 인식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신발을 판매하는 대표자로서 지녀야 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신발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주도해서 변화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하며,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찌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합리적으로 구입한다는 것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일 수 있지만, ㈜신발연구소는 본 문제에 대해 강하게 인식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합리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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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인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저 스스로는 늘 진정성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소비자에게 질 좋은 신발을 제공하기 위해 헌신한, 진정성있는 사람이요.


과거 성수동에서 제조되는 신발은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신발의 7~80%를 차지했으나, 해외 유명 제화 브랜드에 밀리는 등 수난을 겪었습니다. 현재도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신발연구소 박기범 대표와 같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있기에 성수동의 미래가 그다지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성수동의 전통이 신기술과 접목하여 문제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나갈 수 있는 희망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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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취재, 사진. 이서연
(이서연<seolee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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