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오래된 나무 여행 / 원동업

관리자
2024-08-22
조회수 509

성수동의 옛날을 기억하고 있는 나무들
성덕정길을 따라 옛마을 뚝도를 기억하다

성수동은 처음 어떻게 시작한 마을일까? 역사서에는 1851년 2월에 있었던 뚝섬주민들의 ‘민란’을 기록하고 있다. “뚝섬은 한성부 행정 관할구역 중 가장 외곽지역이었고, 한강 상류지방의 전곡·목재·시탄 등의 집산지로서, 柴木商을 비롯한 각종 상인들이 몰려들어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적었다. 정선이나 영월에서 뗏목이 내려오고, 서해서 고기잡이 배가 올라오던 곳이 뚝섬나루, 이를 중심으로 발달했던 곳이 지금의 성수동, 뚝섬이다. 뚝섬 나루가 있던 곳은 지금의 영동대교 북단. 현재 성수동의 동쪽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 성수동의 변천을 오랜 동안 지켜보고 있는 나무들 여행을 통해, 그 풍경들 안으로, 이야기들 안으로 차근차근 들어가 본다.

■ 성수동 옛동네의 나무들

성수동 나무 여행의 시작은 단연 성수동의 최고령 나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성수역 3번출구를 나와 오른편으로 향하면 한강으로 갈 수 있다. 그 길을 쭈욱 타고 올라오다 보면, 연무장길을 만난다. 서울숲길과 더불어 성수동의 핫한 카페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그곳이다. 그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바이산과 대림창고를 만날 수 있고, 오른편 연무장길로 가면 서울숲으로도 향한다. 하지만 좌고우면 않고 한강방향으로 꼿꼿이 가자.
다음 길에서는 왼편으로 경수중학교로 향하는 골목이 나온다. 모퉁이에 홈볼트가 서 있다.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사진을 찍는 많은 인스타그래머들에게 엄지척을 할만한 곳이다. 그 골목 안에는 가게마다 줄을 서는 핫플레이스가 즐비하다. 11가구가 살던 옛 연립을 개조해 갤러리로 공연장으로 파티장으로도 쓰이는 스페이스 오매도 있고, 거의 매달 전시도 열리니 가보실 것.
59c9912312dd0.png혹시나 연무장길에 가보실 분을 위하여 그 곳의 포도나무를 소개한다. 연무장길을 더 들어가서 머리할래 혹은 대한피아노 앞에 이르면 눈에 잘 띄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포도나무가 있다. 이전에는 대한피아노의 테레사 님이 작게 화단을 하던 곳에 어디선가 씨앗이 왔고, 그 뒤 모든 것이 바뀌고 데크를 씌운 다음에도 포도나무는 줄기를 내었다. 도심 안에서 질긴 생명력을 보일 뿐만아니라, 탐스런 열매까지. 이런 풍경 서울에서 흔치 않다. 사람들은 거기 시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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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드디어 다음 큰 네거리를 만나면, 그곳이 뚝도시장과 이마트와 두꺼비왕식자재 같은 유통업소들이 밀집한 곳이다. 큰 사거리를 다시 여럿으로 가르는 작은 이면도로들이 있는데, 최근엔 이곳에 성수연방이나 할아버지 공장 등이 포진했다. 뚝도시장은 62년도쯤에 상가건물을 지었고, 당시엔 서울에서 3대 시장이라 할 만큼 크고 흥성한 곳이었다. 이마트 본사로도 쓰고 있는 성수이마트가 들어오고, 주변의 강력한 꼬마 마트들(이라기엔 꽤 큰 모닝마트나 현대마트 같은) 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오래 쇠락했었다. 최근엔 청년들의 청춘상회가 들어와 다시금 흥성스러움과 발걸음이 잦아지는 곳.

이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한강으로 진출입할 수 있는 수레나들목까지 왔다면, 뚝방둘레길을 따라 우회전해야 한다. 한 200여미터쯤 서울숲 방향으로 가다보면 현대강변아파트 정문을 만날 수 있고, 그 앞에 작은 공원이 있다. 그 공원의 주인이 바로 반천 년쯤 나이를 먹은 회화나무다.


1. 반천 년 된 성수동 회화나무, 이름은 서 4-1

회화나무는 콩과에 속합니다. <잭크와 콩나무>가 이야기가 있는데, 회화나무도 우리나라 5대 거목 중 하나일 만큼 큽니다. 이곳 성수동의 최고령나무 회화나무 역시 넉넉하게 우람하게 자라 하늘로 가지를 뻗고 있습니다. 나무를 볼 때면, 수형을 생각해 봅니다. 줄기가 어떻게 뻤었을까? 개울이 개천을 이루고 하천을 이루다 강이 되어 흐르는 것처럼, 나무도 똑같습니다. 어떤 경우엔 부드럽게 번개가 친다면 저런 모습이겠다 싶습니다. 굵은 나무 등걸을 타고 오르다 가지를 만들어 뻗고, 다시 잔가지를 이루어 가는 모습이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힙니다. 학자나무라고도 하고, 행복나무라고도 했다는 이 나무를 두고 옛사람들은 벼슬과 마을의 안녕을 빌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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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반천 년을 성수동서 살아온 회화나무

2. 서울숲 지구대 앞 느티나무는 마치 고향 어귀 나무처럼

한강과 나란히 흐르고 있는 성덕정길이 옛날 성수동의 뿌리동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 시대 때에는 그곳에 면사무소도 있었고, 그곳 길을 따라가며 서울시민들은 강수욕지였던 뚝섬유원지에도 갔습니다. 중랑천을 만나기 전에 성수동 수원지도 있어서 한국 최초의 수도시설이 마련된 역사도 서려있는 곳입니다. 현재 뚝섬지구대 앞 버스 정류장에는 둥글게 벤치가 마련돼 있습니다. 거기 옹기종기 앉거나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그 모습은 마치 우리가 고향의 시골 마을 어귀에서 보았던 그 모습처럼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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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0년 먼저 된 형나무 옆 아우나무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뚝섬지구대에서 성덕정길을 따라 하류로 조금 내려가면(서울숲 방향) 둘레길7길을 만납니다. 로고스타 꽈배기집에서 도너츠를 하나 베어물고 한강쪽으로 조금 더 가면 오래된 노포 백약세탁소가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골목길로 우회전해 들면,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길이 나옵니다. 이곳은 재개발을 앞둔 곳이고, 따라서 옛 골목풍경을 고스란히 갖고 있습니다. 단독주택들과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이 혼재된 곳입니다. 여기서 뚝섬을 지켜온 두 그루의 느티나무를 봅니다. 주민들은 이곳 나무에 줄을 매어 홍수를 견뎠고, 마을 잔치도 열었습니다.
이 나무들은 가지를 넓게 뻗어서인지 모두 고리를 걸고 있습니다. 바깥으로 더 가지를 뻗으며 혹시나 꺾이지나 않을까 염려한 때문인가 봅니다. 그런데 형나무엔 무지막지한 쇠막대를 비벼 꽂아 가지와 가지를 이어놓았습니다. 주변에는 전봇대가 다섯 기둥쯤 서있고, 방범카메라를 단 쇠기둥까지 있습니다. 번잡하기 이를 데 없는 도심의 살림살이가 고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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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919년 독립만세운동의 함성을 기억하는 나무 둘

성수동 성당 마당은 계단을 타고 잠시 올라가야 합니다. 그만큼 이곳은 지대가 다른 곳보다 높습니다. 이런 곳을 돈대라고도 하는데, 이 돈대를 지키고 있는 나무가 두 그루의 느티나무입니다. 나무를 소개한 안내판을 보면 두 나무의 수령은 각기 300년이 넘습니다. 성수동네 느티나무와 비슷한 시기에 심어진 나무들일 것입니다. 이곳은 일제 시대 면사무소가 있던 곳입니다. 당시엔 고양군 뚝도면이었습니다. 약 1천5백여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이곳에서 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그 이야기는 ‘뚝섬 326 만세운동’ 연극으로 남아있습니다.
참, 이곳의 나무들은 주변의 다른 느티나무, 회화나무들에 비해 한적합니다. 성당의 넓은 마당 한 켠에 혹은 중안에 위치해 살림이 번다하지 않죠. 아마도 성당에선 자주자주 나무를 살피고 보호에 필요한 조처들을 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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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 손에 손을 이어 서울숲이 되다

아이를 물가에 내놓으면 위태롭지만, 나무는 물가에 있으면 잘 자랍니다. 서울숲의 나무들은 한강과 중랑천을 젖줄로, 그 강들이 가져온 흙들로 비옥한 지대를 이루고 나무들을 길러냅니다. 그 나무들에 수많은 새들과 곤충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어보셨나요? 거기엔 왕자가 사랑했던, 왕자를 사랑했던 장미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장미는 그저그런 수천의 장미 중 하나가 아니라, 어린왕자가 사랑했던 그 장미였죠. 서울숲에 가면 그 많은 나무 중 특별히 마음이 가는 나무 한 두 그루쯤 지정해 두면 어떨까요? 언제든 성수동 서울숲에 가면 그 나무가 차근차근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테고, 그럼 더 특별한 풍경으로 서울숲이 기억될 테니까요. 제가 사랑하는 성수동 서울숲의 나무들을 소개합니다.

5. 병원에 살구나무를 많이 심는답니다. 그 이유는

병원에는 살구나무를 많이 심습니다. 왜냐고요? 살구 보자고! 서울숲의 살구나뭇길은 이 썰렁한 개그를 늘 제게 상기시킵니다. 살구나무는 가족마당에 있습니다. 봄이면 벚쪽과는 다른 살구나무꽃잎들이 무수히도 풀밭에 떨어집니다. 그 풍경들 아래 누워 하늘을 보면, 꽃잎들이 우리들에게 다가옵니다. 세상 부러울 것 없죠.

bf599773747c6.png위] 살구나무 길 / 가족마당 뒤편 작은 가족마당에 심겨져 있다


■ 나무들, 손에 손을 이어 서울숲이 되다

아이를 물가에 내놓으면 위태롭지만, 나무는 물가에 있으면 잘 자랍니다. 서울숲의 나무들은 한강과 중랑천을 젖줄로, 그 강들이 가져온 흙들로 비옥한 지대를 이루고 나무들을 길러냅니다. 그 나무들에 수많은 새들과 곤충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어보셨나요? 거기엔 왕자가 사랑했던, 왕자를 사랑했던 장미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장미는 그저그런 수천의 장미 중 하나가 아니라, 어린왕자가 사랑했던 그 장미였죠. 서울숲에 가면 그 많은 나무 중 특별히 마음이 가는 나무 한 두 그루쯤 지정해 두면 어떨까요? 언제든 성수동 서울숲에 가면 그 나무가 차근차근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테고, 그럼 더 특별한 풍경으로 서울숲이 기억될 테니까요. 제가 사랑하는 성수동 서울숲의 나무들을 소개합니다.

5. 병원에 살구나무를 많이 심는답니다. 그 이유는

병원에는 살구나무를 많이 심습니다. 왜냐고요? 살구 보자고! 서울숲의 살구나뭇길은 이 썰렁한 개그를 늘 제게 상기시킵니다. 살구나무는 가족마당에 있습니다. 봄이면 벚쪽과는 다른 살구나무꽃잎들이 무수히도 풀밭에 떨어집니다. 그 풍경들 아래 누워 하늘을 보면, 꽃잎들이 우리들에게 다가옵니다. 세상 부러울 것 없죠.위] 살구나무 길 / 가족마당 뒤편 작은 가족마당에 심겨져 있다위] 살구나무 길 / 가족마당 뒤편 작은 가족마당에 심겨져 있다


위] 살구나무 길 / 가족마당 뒤편 작은 가족마당에 심겨져 있다


6. 향기정원의 우아한 꽃 배롱나무

향기정원에 가면 여름의 꽃 배롱나무꽃을 볼 수 있습니다. 백일간이나 볼 수 있다고 배롱나무라고 한다고 합니다. 서울숲 컨서번시의 스테프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 중 하나. 수피는 마치 모과나무처럼 맨들맨들하고 때 얼룩져있지요. 요즘 많은 아파트나 건물들의 정원수로 많이 심기는 꽃 나무중 하나입니다. 성수동은 점점 배롱나무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9351dc520f13b.png7. 튤립나무와 밀화부리
우리나라는 60~70년대에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오리나무를 많이 심었답니다. 땔감과 산사태 방지용이었습니다. 80~90년대는 잣나무, 낙역송을 많이 심었지요. 경제림, 유실수를 심어 잘 살자는 뜻이었습니다. 새천년 요즘은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까요? 2008년 기준으로 식목일에 가장 많이 심었던 나무가 백합나무랍니다. 꽃이 튤립을 닮아 튤립나무로 불립니다. 서울숲에도 이 백합나무가 심겨 있습니다. 서울숲서 제일 예쁜 나무로 꼽힌다는 향기정원의 배롱나무와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나무가 백합나무입니다. 겨울정원의 이웃, 야외소극장 뒤편으로 방풍림처럼 서있는 나무들이 백합나무죠.
2019년 12월 31일 서울숲 나무여행을 할 때, 튤립나무에 앉아 열매를 부지런히 먹고 있는 밀화부리를 보았습니다. 튤립나무 열매는 폐과이고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날개를 단 그 빈 열매는 천천히 땅으로 떨어져 내립니다. 그 열매의 첫 그리고 마지막 비행일 것입니다. 참 백합나무는 탄소를 많이 흡수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나무이기도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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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튤립나무 일명 백합나무라고도 불린다. [출처] 성수동 오래된 나무 여행|작성자 뚝도작은학교 


8. 아마도 서울숲서 제일 커다란 나무 미루나무


이 나무가 서울숲서 제일 키가 큰 나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일 큰 나무를, 제일 무거운 나무를 꼽으라면, 단연 이 나무일 것입니다. 서울숲 테니스장 뒤편쯤에 있습니다. 실제로 이 나무를 둘러 어른들이 손을 잡으면, 세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나무는 줄기에서 두 갈래쯤 나뉘었고, 한 가지는 여섯 갈래로, 다른 한 가지는 여덟 가지 쯤으로 나뉘었습니다.
우리가 이전 시골길 신작로에서는 흔히 보았던 빗자루 같은 나무는 양버들나무, 이처럼 넓게 퍼진 나무야말로 미루나무라군요.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 구름 걸려있네~”라는 노랫말은 우리가 흔히 흥얼거렸습니다. 미루나무는 멀리서 보면 웅대하게 보이죠.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나뭇잎들은 바람에 무수히 흔들거리며 반짝거리며 햇빛 달빛을 반사합니다. 우리들의 삶도 이런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4f4a2d6f28790.png위] 미루나무_서울숲 테니스장과 5번 출구 사이

9. 아름다운 한때 위험한 나무라고 오해받았던... 능소화 나무 기둥 5주
e3db5e0f17219.png위] 능소화 나무 기둥 5주. 서울숲방문자 센터 옆 달려라 피아노 옆


글, 취재, 사진. 원동업
(iskar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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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취재, 사진. 원동업
(iskar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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